틈새

육개장은 사랑을 싣고

오나는여신님 2011. 3. 22. 12:29

밈미여사님의 육개장은 몽골초원의 게르 안에서 먹는 맛이었다. 천국의 맛이었다. 샤랄라, 나는 몽고 초원에 사뿐히 날아갈 수 있지. 옷을 입고 벗고 할 필요도, 이불을 개고 정리할 필요도 없이 입던 옷 그대로 먹고,자고,싸는 천국 같은 곳이지.

날 때부터 유산균음료를 먹고 자라 이빨이 잇몸뿌리부터 새까맣게 썩어나간 목동이 때에 전 투박한 손으로 볕에 잘 말린 양똥과 말똥을 태우고 있는 곳!

 

추정나이 서른후반, 몽골에서의 삶은, 보름달 아래에서 펼쳐진다!

 

걸음마보다 말타는 걸 먼저 배운 나의 배우자는 요로결석에 걸려서 오줌을 눌때 마다 괴로워했지. 당연히 줄기가 막혔으니 성생활은 빵점. 나는 이웃 마을의 삼동이와 둘째주 금요일마다 밀회를 즐긴다. 양목장 뒤켠의 작은 게르에서.

삼동이는 나보다 스무살정도 어린 소년이었다. 볕에 그을린 살결과 그보다 더 까만 눈과 더벅머리를 가진 길쭉한 아이였다. 그는 눈에 띄게 잘생겼다. 납작한 이파리로 풀피리를 만들어 불고, 양도 잘쳤다. 멍한 시선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그 애의 옆얼굴은 예술이었다. 몽골총각이 잘생겨 봤자지. 북유럽 집시라고 할걸 그랬나. 암튼 엄청난 미남이다. 토달지 마세요. 그는 이동 중에 길에서 태어났다. 삼동의 모친은 열여섯에 삼동을 낳고 지독한 신열을 앓다가 3일 만에 죽었다. 죽어 어느 평원에 묻힌 늙은 점쟁이가 말하기를 이 아득한 지평선 끝에서 끝까지 달려도 이 아이 만큼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을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환각작용이 있는 선인장을 씹으며 돌아다녔다. 초원엔 선인장이 없다고? 그렇다면 이미 사막화가 진행된 초원이라 드문드문 모래바람이 휑하게 부는 황폐한 동네라고 덧붙인다. 나의 삼동이, 삼동에게는 정혼자가 있었지만, 나와 뒹구는 걸 더 좋아했다. 나와 삼동은 건초 더미 위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우리는 한결같이 열정을 불살랐다. 나는 젊음을 껴안는 재미에 빠져있었다. 이 순간이 영원일 것처럼, 삼동이의 어깨를 힘껏 껴안고, 등을 할퀴어 대며 소리를 질렀다. 삼동이의 무릎은 짚풀에 빨갛게 짓눌렸다. 특히 그의 빨간 무릎을 사랑했다. 너와 나의 사랑을 증명하는 단 하나의 증거인양 그의 무릎에 키스를 퍼부었다. 아직은 연하고 부드러운 무릎에 차츰 나이테처럼 주름이 차기 시작했다. 삼동이는 소년에서 청년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삼동이가 입으로 넣어준 선인장 줄기와 전신을 훑고 간 오르가슴 때문에 눈이 희번덕 돌아갔다. 삼동아, 나는 너의 까만 머리통을 껴안고. 그 뿐이랴, 손과 발을 덜덜 떨면서 아직 뜨거운 내 회음부를 주물럭거리며 제발 진정하라고, 이제 정신이 곧 돌아오면 너무 느껴버린 것에 조금은 부끄러워 질거라고 주문을 외웠다. 내 몸에 다섯 번이나 사정을 마친 삼동이가 드디어 몸에서 떨어져 나가 옆으로 길게 누웠다. 이내 두툼한 나의 젖가슴을 베고 눕더니 게르 천장을 가리켰다. 낡은 게르 천장은 헤져서 구멍이 나 있었다. 그 사이로 검은 하늘과 구름, 그 속에 싸여있는 달이 보였다. 나는 저 찢어진 틈이 나의 생식기의 벌어진 틈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천이 헤어진 방향과 처녀막이 찢어진 흉터까지 흡사했다. 정신을 차리고 삼동이의 젖은 대갈통을 치워 내고 천장에 달린 나의 음부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저것 봐, 홋호. 보름달이야, 달무리가 아주 예쁘게 졌네. 너의 유방을 닮았어. 크고 동그랗고 희고 보드라운 달이야. 홋호, 이제 정신이 좀 들어? 당신 오늘 정말 대단했어.

사랑이 끝나고 나면 그는 끝도 없이 재잘대기 시작했다. 주로 양과 말의 생장 같은 재미 없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가끔 오르가슴을 느낄 때 지구 각국을 돌아다니고 왔다고 뻥을 치지도 했다. 나는 내용은 둘째고, 소년의 음성에 매료되어 그를 바라보곤 했다.

 

너를 타고 미끄러져왔다 갔다 하면서 한 마리 우아한 사슴을 본 것도 같아. 아니야, 나는 복잡한 도시의 어느 마천루에서 근사한 정장차림으로 머리를 단정하게 포마드로 넘기고 까마득한 유리창을 바라보기도 했어. 공정무역커피로 양심적 소비를 실천하면서. 커피향이 아주 독특했는데 신맛이 아주 강한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커피였지. 몸을 돌려 창문과 면한 내 책상으로 돌아왔어. 책상엔 티탄 소재의 스텐드와 맥 프로가 놓여 있고, 화면엔 칠레 키위 연간 생산량 도표가 춤을 추고 있었지. 그 옆으론 깨끗한 유리잔에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맹물이 찰랑 거렸어. 엥 왜, 물이 찰랑 거린담. 하고 생각 할 사이, 커다란 해일이 창문너머에서 밀려왔어. 깨어나니 다시 이 허름한 게르에서 너의 허리를 타고 있더군.

 

그렇군, 삼동. 네 혼인식이 언제라고 했지?

다음 보름달이 뜨는 날.

그렇군, 그 날은 널 안지 못하겠군.

홋호, 난 신부를 아주 기쁘게 하고 싶어. 양과 말을 구름떼처럼 키울거야. 새끼도 많이 낳을거야, 내 신부가 엉덩이가 아주 커. 벌써부터 우리집에 와서 찢어진 게르를 대바늘로 깁는데, 솜씨가 아주 일품이야.

삼동, 이젠 딴년 젖탱이를 주무르던 손으로 내 엉덩이를 잡겠군.

문득 생각났다는 듯 화들짝 놀라서 삼동이는 에로틱한 나의 젖가슴에 올려둔 손을 조심스럽게 치운다.

엇, 홋호. 화내지 않기야. 난 너와 이렇게 달빛아래 누워 있는 것도 참 좋다고.

말이라고, 삼동아 넌 아직 젊고, 난 이 게르 안에서만 널 차지하면 그만이야. 아니다, 뭐 심심하면 그앨 데리고 와도 돼. 우리의 보금자리에도 비가 새지 않게 그녀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겠니?

나는 길쭉하게 찢어진 게르 천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게르를 허물 것도 없네. 등목을 두 번 타면 천장에 닿겠는데? 내가 너를 등목타고 네 신부가 내 어깨위에 오르면 저 천장에 대바늘로 수를 놓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겠다.

 

나는 아주 쿨하게 받아쳤지만, 결혼과 동시에 다섯 번이 세 번으로 줄어 들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왔다. 그래, 삼동이 처가 새끼라도 까면 삼동이는 전보다 더 열심히 양들을 쳐야 한다. 그래서 그의 정력은 노동으로 고갈될 것이고, 그의 단단한 불알은 닭벼슬처럼 늘어나게 될 것이다. 영감들처럼 담뱃진과 유산균 술로 앞니까지 새까맣게 썩어 들어가겠지. 아직은 가지런하고 건강한 치열을 가진 삼동이의 입에서 끈적한 선인장의 점액이 떨어졌다. 나는 그것을 낼름 받아먹었다. 나는 삼동이의 아내가 될 계집년에게 질투를 느끼는 게 아니었다. 삼동이가 혼인을 하면 다가올, 우리가 인생의 세파라 부르는 고단한 삶을 겪으면서 다른 목동들처럼 늙어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삼동이는 그냥 늙어서 허물어지기엔 아까웠다.